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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표 만화가 이현세와 허영만(작품,그림체,스토리)

by wiseman22 2025. 3. 21.

이현세의 남벌
이현세 남벌

 

이현세와 허영만. 두 이름만으로도 수많은 추억과 감성이 되살아나는 이들이 있다. 특히 1970년대와 1980년대를 살아낸 7080세대에게 두 작가는 단순한 만화가가 아닌, 청춘과 삶을 함께 걸어온 동반자이자 시대를 담은 거울이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스타일과 시선을 가지고 있었지만, 공통적으로는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뜨겁게, 혹은 조용히 전했다. 이 글에서는 두 작가의 대표작과 그림체, 이야기 구성 방식 등을 비교하며 그 속에 녹아든 7080세대의 감성과 기억을 되짚어본다.

작품세계 비교: 뜨거운 청춘과 묵직한 현실의 교차점

이현세의 만화는 언제나 ‘뜨겁다’.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청춘의 눈물과 질주, 《천국의 신화》에서 꿈과 이상, 《남벌》에서 분단의 상처와 통일에 대한 염원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는 이야기의 본질을 ‘드라마’에서 찾는다. 좌절하는 인물, 다시 일어나는 주인공, 사랑과 우정, 정의의 승리… 이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그의 만화는 마치 청춘의 함성과 같다.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웃고, 모두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반면 허영만의 만화는 ‘묵직하다’. 《각시탈》에서 민족의 정체성과 저항, 《오! 한강》에서 역사와 가족, 《식객》에서 음식과 인간의 온도, 《비트》에서는 청춘의 방황까지… 그는 현실이라는 토대 위에 인물의 삶을 정성스레 쌓아올린다. 허영만의 작품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그러나 깊게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삶이란 쉽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때론 무너지기도 하고, 타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의 만화는 말해준다.

7080세대가 이현세의 만화에서 ‘꿈꾸는 청춘’을 봤다면, 허영만의 만화에서는 ‘살아가는 인간’을 보았다. 이상과 현실, 열정과 성찰. 서로 다른 방향이지만, 결국 같은 시대를 함께 걸어간 두 작가의 작품은 세대의 자화상이었다.

그림체와 연출: 감정의 선과 현실의 선명함

이현세의 그림체는 한마디로 ‘폭발적’이다. 굵은 선과 강렬한 눈빛, 액션감이 살아있는 인체 묘사, 마치 영화처럼 전개되는 장면 구성. 그는 독자의 감정을 정면으로 자극한다. 클로즈업 컷에서는 인물의 눈동자 하나로 절절한 감정을 담고, 스피디한 컷 전환으로 이야기에 속도감을 부여한다. 특히 액션 장면에서는 정지화면임에도 마치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줄 정도로 역동적이다. 이는 그가 얼마나 대중적 감수성과 영상적 언어에 능숙한지를 보여준다.

반면 허영만의 그림체는 ‘섬세하고 관찰적’이다. 그는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수많은 사전조사를 한다. 《식객》의 음식 장면은 실제 요리 사진보다도 생생하며, 《비트》 속 거리 풍경은 당시 젊은이들의 패션과 공간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하다. 그의 선은 날카롭지도, 지나치게 부드럽지도 않다. 현실 그대로의 무게를 담기 위한 ‘중립적인 선’이다. 그는 감정보다는 상황, 표정보다는 맥락으로 말하는 화법을 선택한다.

이현세가 ‘감정의 선’을 그린다면, 허영만은 ‘현실의 선’을 그린다. 두 작가의 선은 서로 닿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힘에서는 닮아 있다. 그 차이는 단지, 표현 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스토리의 방향성: 희망의 진격 vs 현실의 직면

이현세는 ‘세상이 주인공을 시험하더라도, 끝내 그는 이겨낸다’는 믿음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는 만화를 통해 독자에게 용기를 주고자 했다. 청춘이 무너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메시지, 사랑이 아파도 결국 기억이 된다는 위로, 전쟁과 분단의 역사도 언젠가는 치유될 수 있다는 믿음.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이상이 존재하고, 그 이상은 ‘끝까지 가보자’는 주인공의 집념과 함께 한다. 그 시절 독자들은 그 주인공에게 자신을 투영하며 눈물도 흘리고 희망도 꿈꿨다.

허영만은 그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꾼이다. 그는 이상을 말하기보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오! 한강》에서는 전쟁 속에 가족이 어떻게 찢어지는지를 보여주고, 《비트》에서는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청춘의 고단함을 그린다. 그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강하지 않다. 때론 약하고, 흔들리며,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 것’을 선택한다. 허영만의 이야기는 ‘승리’보다는 ‘생존’의 미학이다.

이현세의 만화가 고난을 이겨내는 판타지라면, 허영만의 만화는 고난 속에서도 살아가는 다큐멘터리다. 7080세대는 이 두 이야기 속에서 꿈과 현실, 둘 다를 가질 수 있었다.

이현세는 위로를 주었고, 허영만은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명작이 주는 가장 큰 가치가 아니었을까.

세대를 만든 두 개의 시선

이현세와 허영만. 그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7080세대의 심장을 두드렸다. 한 사람은 청춘의 함성을 그렸고, 다른 한 사람은 현실의 숨소리를 기록했다. 만화책 한 권으로 밤을 지새우던 시절, 손때 묻은 페이지를 넘기며 웃고 울었던 그 감정은 지금도 생생히 살아 있다.

두 작가는 지금도 여전히 활동하고 있으며, 세대가 바뀐 지금도 과거의 작품들은 시대를 초월해 새롭게 읽히고 있다. 그들이 남긴 만화는 단지 그림이 아니라, 하나의 시대이자 인생의 조각이다. 7080세대에게 그들의 작품은 ‘추억’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인 ‘인생의 이야기’다.

지금 다시 그 만화를 펼친다면, 아마도 눈물 한 줄기가 흐를 것이다. 그것은 그 시절이 그립고, 그 시절의 나를 잊지 못해서일 것이다.

허영만의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