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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액션만화의 흐름과 변화(이현세로부터)

by wiseman22 2025. 3. 21.

공포의 외인구단
공포의 외인구단

 

한국 액션만화는 시대의 혼과 청춘의 분노를 담아 성장해왔다. 그 중심에는 ‘이현세’라는 이름이 있다. 그가 1980년대 만화 시장을 뒤흔든 이래, 액션 장르는 단순한 폭력 묘사에서 벗어나 인간의 감정, 정의, 성장이라는 테마를 담아내는 영역으로 발전했다. 본 글에서는 이현세를 기점으로, 한국 액션만화가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되어왔는지 그 흐름과 영향을 분석해본다.

이현세 이전: 액션 장르의 태동과 제약

한국에서 본격적인 ‘액션만화’가 등장하기 전, 1970년대까지의 만화는 대부분 아동용 모험물이나 풍자적인 가족물에 가까웠다. 사회적 검열, 표현의 제약, 소재의 한계 등으로 인해 ‘폭력’이나 ‘격투’라는 소재는 금기시되기 일쑤였다.

다만 일부 무협 장르에서 제한적으로 액션 요소가 나타났는데, 이는 중국 무협 영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당시 액션의 형태는 ‘검술’이나 ‘도술’ 중심의 비현실적 전투에 가까웠고, 캐릭터의 감정보다는 기술의 묘사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시기 액션만화는 아직 서사 중심의 장르로 정립되지 못한 상태였으며, 대중의 인식도 만화 = 아동물이라는 고정관념에 갇혀 있었다.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액션드라마’라는 개념은 이현세 이전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이현세의 등장: 액션에 감정을 더하다

1980년대 초, 《공포의 외인구단》을 통해 이현세가 등장하자 한국 만화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의 액션은 단순한 싸움이 아니었다. 감정과 서사, 인물의 내면을 담아내는 연출로 기존 액션 장르에 없던 새로운 색깔을 입혔다.

《공포의 외인구단》에서는 야구라는 스포츠를 중심으로, 복수, 사랑, 집착, 자존심이라는 감정들이 정면으로 부딪힌다. 오혜성의 눈빛 한 컷, 슬로우 모션의 공 하나가 독자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그건 단지 경기의 승패가 아닌, 인생의 승패였기 때문이다.

뒤이어 《천국의 신화》, 《뿌사리까치》, 《가디언폴리스》 등의 작품에서는 한국 전통 무예, 신화적 상상력, 사회 비판 의식까지 더해져, 이현세만의 액션 세계가 확고해졌다. 그의 작품은 ‘누가 이기느냐’보다 ‘왜 싸우는가’에 집중하며, 캐릭터 중심의 서사형 액션이라는 독보적 장르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이현세의 등장은 ‘한국에도 청춘 액션드라마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대중과 업계에 동시에 보여주었고, 수많은 후속작가들의 지향점이 되었다.

이후의 진화: 리얼리즘, 웹툰, 그리고 계승자들

이현세 이후, 한국 액션만화는 더욱 세분화되고 다변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1990년대에는 허영만의 《비트》, 양재현의 《짱》, 고행석의 《영심이와 친구들》 같은 청춘 느와르 스타일이 등장하며, 거리와 학교를 배경으로 한 현실 액션이 유행했다. 이 시기의 특징은 ‘현실 반영’과 ‘감정 절제’였다. 이전의 드라마틱한 액션과는 다르게, 말없이 주먹을 휘두르고, 감정은 눈빛과 상황 속에 녹아드는 표현이 많아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웹툰의 시대가 열리며, 액션 장르 역시 디지털 플랫폼에 최적화된 방향으로 진화한다. 《열혈강호》와 같은 무협 판타지는 물론, 《갓 오브 하이스쿨》, 《복학왕》, 《외모지상주의》 등의 웹툰은 새로운 세대에게 맞는 템포와 구도로 액션을 재정의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여전히 ‘이현세의 유산’은 남아 있다. 드라마틱한 연출,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 감정과 연결된 전투 방식 등은 오늘날에도 유효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많은 작가들이 그를 ‘한국식 액션의 뿌리’로 언급한다.

이현세는 단지 트렌드가 아닌, ‘장르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었다.

이현세는 장르였다

한국 액션만화의 역사에서 이현세는 단지 한 명의 인기 작가가 아니다. 그는 하나의 장르였다. 그가 없었다면 한국 액션만화는 감정을 품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가 없었다면 청춘들은 주먹을 쥐고 눈물을 흘리는 만화를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현세 이후, 수많은 작가들이 그의 연출법과 세계관을 참조했고, 지금의 웹툰 시대까지도 그 영향은 이어지고 있다. 그의 액션은 싸움의 미학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었고, 그로 인해 한국 만화는 감정과 리듬을 얻었다.

이현세는 그저 작가가 아닌, 한국 액션만화의 진화 그 자체였다.

사자여 새벽을 노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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